언론보도 | 뎅기열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다
- 관리자
- 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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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본토에서 발생한 뎅기열 사례가 지난 80년간 가장 많다
말라리아와 마찬가지로 여행 관련 질병인 뎅기열(Dengue fever) 사례는 유럽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유럽 거주인들이 뎅기열 발생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뎅기열에 걸려 며칠간 휴식을 취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유럽 내 직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23년, 유럽 본토 및 현지에서 발생한 뎅기열 사례가 8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한 상황이다. 먼저 뎅기열은 일반적으로 흰줄숲모기를 통해 전염된다. 뎅기열은 유럽에서 풍토병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자가 해외에서 바이러스를 가져올 때만 발생한다. 따라서 유럽에서 지역 전파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Aedes 모기(Aedes 모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유럽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모기는 Aedes 알보픽투스 모기)가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즉, 모기가 그곳에서 살면서 번식하고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모기가 번성하려면 섭씨 15도에서 35도 사이의 높은 기온이 필요하므로 모기의 위협은 따뜻한 계절에 국한되거나 유럽 지역의 평소 날씨가 따뜻해야 한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유입되려면 주로 도시 지역이 용이하다. 이러한 상황이 모두 겹쳐야 뎅기열의 유럽 지역 감염이 시작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집된 통계에 따르면 유럽 본토에서 뎅기열이 지역적으로 전염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뎅기열을 전파하는 모기가 서식하는 유럽 국가에서는 여행 관련 뎅기열이 약 3,000건 발생했지만, 지역 전파 뎅기열은 9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프랑스에서만 65건이 발생해 유럽 본토에서 지난 70년 동안 발생한 건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주로 110건 이상, 스페인에서 소수의 사례가 발생하는 등 그 수가 훨씬 더 증가했다.
참고로 뎅기열은 고열, 두통, 메스꺼움을 동반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을 보인다. 뎅기열로 인한 사망은 극히 드물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때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기에 감염에 큰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럽 내 뎅기열 감염자 수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023년 유럽 지역 감염 뎅기열 사례의 증가에 대해 여러 가지 잠재적 설명이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답은 없다고 설명한다. 과거 중증 뎅기열과 비 중증 뎅기열을 구분하는 연구를 선보여 2009년 WHO의 뎅기열 분류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콜로라도 공중보건대학(Colorado School of Public Health)의 글로벌 보건학 교수인 토마스 재니쉬 교수(Prof. Thomas Jaenisch)는 지난 2023년 여름 프랑스 남부와 남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뎅기열 감염의 증가를 목격한 것은 임계 현상(통계학에서 어떤 물질이나 현상이 상전이 하는 경계에서 큰 요동을 보이는 현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온 자체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상승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더 많은 요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날씨, 모기 개체 수 증가, 해외에서의 바이러스 발생 증가, 매개체 통제 등이 모두 지난 2년간 관찰된 추세에 대한 잠재적인 해답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 중 기온 상승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높은 기온을 유발하기에 남부 유럽에서의 뎅기열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고온이 오래 지속되면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여름이 일찍 시작되어 가을까지 길어지면서 모기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뎅기열 매핑 및 모델링 그룹을 이끌고 있는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 대학의 올리버 브래디 교수(Prof. Oliver Brady)는 뎅기열 모기가 2000년대 초 유럽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뎅기열은 지중해와 중부 유럽의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특히 인구 밀집 지역과 가까운 지역에서 개체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위 결과에 따르면 기존 모기 개체군의 확장이 설명된 셈이다. 현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알바니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서 Aedes 모기 개체수가 확인된 바 있으며 2017년부터는 스위스, 독일 남부 일부, 오스트리아에서도 발견되었다.
한편, 국제 소외 열대 질병 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Neglected Tropical Diseases)의 마리안느 콤파레(Marianne Comparet) 이사에 따르면 다른 종류의 모기와 달리 Aedes는 일생 동안 번식지에서 100미터 정도밖에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변수는 왜 이제 막 뎅기열의 유럽 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행자 관련 바이러스 전파 증가도 한몫
유럽에서의 뎅기열 확산 증가는 뎅기열이 풍토병인 국가에서의 뎅기열 확산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한 지역에 뎅기열이 많을수록 여행자가 더 많이 감염되고 이들이 이들의 고향으로 Aedes 모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브래디 교수는 이에 관해서 유럽 외 지역에서 발생한 뎅기열 사례는 2010년과 2022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는 이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HO에 보고된 뎅기열 사례에 따르면 2000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50만 건에서 2019년 약 520만 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2023년 11월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는 총 450만 건이 넘는다. 하지만 WHO는 사례가 과소 보고되고 있으며 실제 연간 발병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 통제 및 인식 제고
매개체 통제(Vector control)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이 경우 모기)와의 인간 접촉을 제한하거나 근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치를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지역 사회는 새로운 공중 보건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리안느 콤파레(Marianne Comparet)는 2023년 8월, 파리 보건 당국이 뎅기열에 걸린 채 귀국한 사람의 집을 훈증 (fumigation: 식품에 살균 가스를 뿌려 미생물과 해충을 죽이는 방법) 소독한 사례를 예로 들며 프랑스 수도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살충제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훈증 소독이 밤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적절한 대응이었을 수 있다. Aedes 모기 종은 낮에 가장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마리안느 콤파레(Marianne Comparet)는 대부분의 뎅기열은 경미하거나 무증상이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서 유럽 전역의 의사들이 뎅기열 증상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재니쉬 교수는 뎅기열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과 따뜻한 봄과 가을에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전하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더라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재 리포터 ㅣ 저작권자 2023.12.05 ⓒ ScienceTimes(원문출처)